화제의 베스트셀러 - ‘진보집권플랜’을 읽고
2007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열화와 같은 큰 기대를 했고, 그 상황에서 대통령의 도덕적인 문제, 거짓말과 같은 흠결은 경제회생이라는 가치에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 실제로 대선이 있던 2007년 하반기의 인터넷상 유행어로 거짓말 좀 하면 어떠냐?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수년이 지난 지금 대선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사대강 부실공사 논란, 총리실 산하 공직 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한미 FTA 날치기 통과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커져갔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4.11 총선 범 진보계열의 압승을 예상했던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실망감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결과에 화가 나고 슬펐다. 정권에 대한 분노가 심했었기에 총선패배 후 공허한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마음에 비견 할 만 했다. 하지만 일희일비 할 수는 없는 법. 다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이 책을 꺼내들게 되었다. 조국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로서 세칭 강남좌파로 통한다. 강남좌파는 생활수준은 강남 부유층의 생활을 누리면서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애매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조국 교수의 명쾌한 대답이 무더운 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 것처럼 상쾌함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실의에 빠진 나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보약이었다.
우선 선거에 관해서 언급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2년 전에 출간 된 책이지만 선거 전략에 관하여 저자는 확실한 대답을 주었다.
진보 개혁 진영은 이러한 욕망의 현주소와 흐름을 정확히 포착해야 합니다. (중략) 교육, 일자리, 집, 의료 등에 대하여 대중이 어떠한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알아야죠, (중략) 진보적 가치에 따라 욕망의 내용과 방향을 재설정해야 합니다. <135p>
유권자들의 욕망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어젠다를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가져갔어야 됐는데, 이번선거의 경우 보수언론의 탓도 있겠지만, 한 후보의 막말 논란으로 인해 모든 쟁점이 사라져버렸다. 이점에 대해서 참 안타까웠다. 또한 현 정부의 실정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패배를 맛보는 이유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을 한다.
삼성에 대해서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든 대중들은 비슷한 심리를 갖고 있어요. 대중은 한편으로는 민주, 정의 공정 등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가치를 내팽개치고
‘나만이라도 강자 또는 부자가 되고 보자’라는 심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p.57>
과거 뉴타운이 쟁점이 되었던 18대 총선과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 범 진보계열이 패배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상 대중들의 욕망에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희망은 있다고 본다. 과거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화두로 내세워 승리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책을 읽다보니 공감가는 내용이 있었다.
무상급식 논쟁은 그 자체적인 의미 외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보, 개혁 진영은 ‘신자유주의 반대’ 라는 말만 했지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정책을 이슈화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거든요 (중략) 그런데 무상급식 논쟁은 신자유주의 반대, 복지국가 건설의 의미가 무엇인지 대중이 바로 알아듣게 만들어주었습니다. (p.67)
무상급식 논쟁을 통해 대중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마련해서 이겼다는 주장인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유권자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무상급식과 관련한 복지공약에 대해 이런 반론이 가능해 질 것이다. 그 많은 재원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남는다.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준 무상의료 등은 현재 우리나라 부의 수준에서 충분히 가능합니다. 현재 한국의 부의 규모는 서구에서 ‘복지국가’가 이루어졌을 때 그 나라의 부의 규모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p.104)
빨갱이 콤플렉스 때문에 두려워서 또는 아직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이러한 것(무상급식)을 국가와 사회가 부담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죠.(p.102)
과거 산업화 시기 군인 출신 대통령은 반공을 내세워 반대파를 탄압하고 정책들을 실행했다. 그 결과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우리사회엔 아직도 빨갱이 콤플렉스가 지배해 옳은 주장도 조금만 개연성이 있다면 빨갱이로 낙인찍혀 버린다.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충분히 복지에 신경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대강 사업과 같은 토목공사에 든 비용이 22조라고 한다.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할 경우 소요되는 예상 비용은 3조원 무상급식에도 예상비용이 3조원이다. 토목공사와 국민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에 투자하는 것 중 어떤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경제발전을 통해 많은 부를 이루었다면 그 과정에서 희생한 국민들을 위해 투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토목공사에 쏟아 부은 돈보다 복지 정책에 쓰는 돈이 더욱 더 가치 있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양적인 문제로 일부분만 소개하게 된 점이 대단히 아쉽다. 경제민주화, 사법부 민주화, 한미FTA등에 관해서도 이야기 할 거리가 대단히 많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언론의 보도는 공정성을 상실한 것이 많고, 우선 이해하기가 어렵다. 나 자신도 무엇이 옳고 나는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사회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입장을 조금이나마 정리 할 수 있어 읽고 나서 참 속이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나 혼자 만이 아닌 많은 20대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관심을 갖고 사회를 바라볼 때 88만원 세대로 칭해지는 우리 세대가 최소 88%가 행복해지는 세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참고문헌 : 조국 오연호 저,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진보집권플랜, 오마이북 (2010)
사고와 표현 과제로 썼는데 형식때문에 조금 아쉽다.